대부분의 사람은 별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이라고 부르겠지요.
낱말 몇 가지를 잡고 싶었는데 누구도 그 음절들을 소리내어 말해주지 않아서
사람들은 이어폰을 끼고 전차를 탑니다. 저도 새벽녘의 희미한 불빛이
너끈히 내려앉을 준비를 하는 틈새에 지하로 숨어듭니다. 터덜터덜 걸어가는 시간이
아주 잠깐, 흐르고 나면, 전차는 앞으로의 하루처럼 쏜살같이 날아듭니다.
전차를 타고 귓속에 단어들을 비집어 넣습니다. 제가 신경써야 하는 문장들은 너무나 많지만
그것들은 제가 좋아하는 문장이 아니에요. 단어가 딱딱한 하루를 매만져 축축해질 때쯤이면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갑니다. 해는 머리 위로 떠오르기 시작하고 전깃줄에는 새들이 걸터앉아 있습니다.
드문드문 스쳐지나가는 자전거 몇 대와는 달리 저는 이 순간처럼 느리게 걷습니다.
편의점에서 담배 한 갑, 그리고 맥주와 츄하이를 한 캔씩 고르고나서, 이제는 익숙해진 편의점 직원과 눈인사를 합니다.
집에 돌아오면 문장들이 날아듭니다. 이것도 저것도 해야할 일들이지만, 미뤄두는 건 나쁘면서도 좋은
버릇이니까요. 그래도 잊지 않도록 끄적끄적 적어놓고는 한켠에 치워둡니다.
책상에 앉아 두 캔으로 하루를 반추합니다. 400엔으로 하루를 되짚는 건 싸게 먹히는 장사가 아닐까요.
가계부에 적고 나니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요.
캔을 구겨서 버리고 방 문을 열면, 그 안은 커다란 고래의 위장처럼 어두컴컴합니다.
알루미늄 호일을 가져와 빛이 새어나오는 가느다란 줄기를 틀어막습니다. 완벽합니다.
자리에 눕습니다. 어디서 위액의 시큼한 산 냄새가 나는 것 같네요. 벽면이 점막처럼 꿈틀거립니다.
녹아내리는 하루처럼 저도 소화되려나 봅니다. 더할나위 없다고 생각하면서 눈을 감습니다.
천천히 뭉개지고 나면 깨어날 때는 다시 뭉쳐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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