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딩때 쓴 소설 리메이크 프로젝트
원본 : http://www.flash365.co.kr/game/zboard.php?id=writer&page=1&sn1=on&divpage=1&sn=on&ss=off&sc=off&keyword=%BD%C5%20%C0%DA%C4%ED%B6%F3&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1914
~ 꼬맹이 십자군 < LES PETITS CROISÉS > ~
제 1장 < LA CATASTROPHE > - 재앙
그날의 공기는 숨 막힐 듯 무거웠다.
하늘은 핏빛으로 물들었고, 붉은 태양은 지평선 위로 기울고 있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곧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우리 마을, 이 땅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았다.
셀주크 투르크가 성지 예루살렘을 빼앗았다는 소식이 퍼지며,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자리 잡았다.
"모두가 예루살렘을 이야기한다."
그 말은 메아리처럼 반복되었다.
성지를 잃었다는 비보는 사람들의 가슴에 불씨를 심었고,
그 불씨는 곧 거대한 불길로 타올랐다.
땅을 울리는 군마의 발굽 소리, 피와 철의 냄새가 스며든 전쟁의 기운이 우리 마을을 감쌌다.
교황 우르바노 2세의 호소는 폭풍과도 같았다.
유럽의 모든 왕국이 무기를 들어야만 했다.
예루살렘을 되찾기 위해, 성스러운 도시를 수호하기 위해.
아버지는 창백한 얼굴로 집을 나섰다.
그의 눈빛에는 두려움과 결의가 뒤섞여 있었다.
나는 그날 그의 마지막 말을 기억한다.
"내가 돌아오지 않더라도, 너는 살아남아야 한다."
그 말은 마치 내게 운명을 떠맡기는 듯했다.
그날 밤, 어두운 하늘 아래 나는 홀로 남았다.
어머니는 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나셨기에, 아버지는 나의 전부였다.
그러나 이제, 그마저도 없었다.
마을은 곧 전쟁터로 변할 것이었다.
사람들은 서로 눈을 피하며, 다가올 운명을 두려워했다.
"예루살렘이 무너졌다."
그 말은 단순한 소식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예고하는 화살과도 같았다.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그 화살은 우리의 심장을 겨누고 있었다.
교황 우르바노 2세가 전 유럽에 십자군을 소집했을 때,
마을의 남자들은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들었다.
그로부터 몇십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마을의 남자들은 같은 두려움 속에서 무기를 들어야만 했다.
아버지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아버지는 내게 다가와 말씀하셨다.
"너는 이 마을을 지켜야 한다. 나는 성지를 되찾으러 가야 한다."
나는 그것이 마지막이 될 것임을 어렴풋이 알았지만,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내가 태어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나는 고아였고, 마을에서 나를 돌봐줄 사람도 없었다.
그때 한 성직자가 나를 데려가며 말했다.
"굶지 않게 해주마."
그는 나에게 빵을 주었다.
나는 그가 아버지처럼 내게 따뜻함을 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의 목적은 달랐다.
제 2장 < PRÉLUDE À LA GUERRE > - 전쟁의 서막
십자군 전쟁이 시작되었고, 그 성직자는 어느 날 나에게 갑옷을 건넸다.
"이제 너도 전쟁에 나가야 한다."
겨우 12살에 불과한 나는 그렇게 군대로 끌려갔다.
이유도 목적도 없이, 나는 어린 날을 뒤로하고 전쟁터로 내몰렸다.
제1차 십자군이 시작되었을 때, 유럽 대륙은 광적인 열기로 들끓었다.
교황 우르바노 2세의 설교는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그의 목소리는 뇌성처럼 퍼져나갔다.
"예루살렘을 되찾으라!"
그의 외침은 강력했고, 사람들은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십자군은 절망과 희망 속에서 예루살렘을 향해 나아갔다.
그 길은 피로 물들었고, 무수한 전투가 벌어졌다.
그들은 자신들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싸웠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었다.
1099년, 십자군은 예루살렘을 탈환했었다.
성벽이 무너지고, 성스러운 도시로 진입하면서 많은 이슬람교도들이 학살당했다.
도시에는 피비린내가 가득했고, 그곳은 더 이상 성스러운 도시가 아닌 죽음과 고통의 땅이 되었다.
그러나 그 승리는 오래가지 않았다.
십자군 내부는 곧 분열되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왕국과 기사단은 권력과 영토를 놓고 갈등을 빚었고,
이는 십자군의 힘을 약화시켰다.
그 틈을 타 이슬람 세계는 재정비를 시작했고,
그중에서도 살라딘이라는 뛰어난 지도자가 부상했다.
살라딘은 탁월한 전략가이자 지도자였다.
그는 통합된 이슬람 군대를 이끌고,
기습과 유연한 전술로 십자군을 압박했다.
1187년 하틴 전투에서 십자군은 결정적인 패배를 당했고,
예루살렘은 다시 살라딘의 손에 넘어갔다.
이 소식은 유럽 전역에 충격을 주었다.
왕들과 귀족들, 성직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분노했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8세는 즉각적으로 제3차 십자군을 조직했다.
영국의 리처드 1세 "사자심왕",
프랑스의 필리프 2세,
신성 로마 제국의 프리드리히 1세가 참여하며 전 유럽이 다시 한 번 불길에 휩싸였다.
그러나 나는 그 모든 역사를 책이나 성직자의 설교에서만 들었을 뿐이었다.
내가 전쟁의 참혹함을 직접 겪게 된 것은 제5차 십자군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였다.
나는 겨우 12살의 소년에 불과했다.
나의 이름도 존재도 그저 미약한 점에 불과했다.
그 점이 전쟁터로 던져졌다.
제 3장 < LE PAYS DE L'ENFER, L'ÉGYPTE > - 지옥의 땅, 이집트
이번 십자군의 목표는 이집트였다.
예루살렘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슬람 세계의 중심지인 이집트를 공략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이었다.
우리는 이집트의 다미에타로 향했다.
내 눈앞에 펼쳐진 그 땅은 거대한 불길 속에 휩싸인 듯했다.
태양은 뜨겁게 내리쬐었고, 병사들은 갈증과 피로에 지쳐 있었다.
우리는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다미에타는 강력한 요새 도시였다.
우리는 성벽을 포위했지만, 적들의 저항은 끈질겼다.
성벽은 난공불락이었고, 우리 군대는 지쳐 있었다.
보급은 끊겼고, 병사들의 사기는 바닥을 쳤다.
이곳은 생명이 깃들지 않는 죽음의 땅이었다.
내 옆의 병사들은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지만, 그들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공허했다.
우리는 명령에 따라 성벽을 향해 돌진해야 했다.
나는 그들을 따라야만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명령에 복종하는 것뿐이었다.
전투가 시작되었다.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우리는 성벽을 향해 달렸다.
화살 비가 하늘에서 쏟아졌고, 병사들은 하나둘씩 쓰러져 갔다.
내 옆에 있던 한 병사는 화살에 맞아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고, 나는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살아남아야 한다."
나는 스스로를 다잡았다.
떨리는 손으로 검을 쥐고, 앞으로 나아갔다.
두려워할 시간은 없었다.
성벽 위에서 쏟아지는 화살을 피하며 달렸다.
그 순간, 내 친구가 적들에게 붙잡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그를 포로로 끌고 갔다.
나는 그의 뒤를 쫓으려 했지만, 이미 그는 사라져버렸다.
멈출 수 없었다.
멈추면 죽음이었다.
나는 달리고,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내 손에 쥔 검은 너무 무거웠고, 적들은 너무 강했다.
주변의 병사들이 쓰러져 갔다.
그들의 비명과 고통이 공기를 가득 채웠다.
그들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나는 겨우 12살이었다.
이 전쟁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왜 싸워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내 손에 묻은 피는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두려움과 본능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밤이 되자, 전장은 조용해졌다.
주변에는 수많은 병사들이 쓰러져 있었다.
그들 중에는 내가 알고 있던 얼굴들도 있었다.
그들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의 눈은 더 이상 빛나지 않았고, 손은 더 이상 검을 들지 않았다.
나는 혼자였다.
이곳은 죽음의 땅이었다.
다미에타는 우리가 밟고 있는 잿더미에 불과했다.
그곳에서 나는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는 더 이상 남은 것이 없었다.
전쟁은 나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갔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다미에타를 점령했지만, 그 승리는 의미가 없었다.
우리는 또 다른 죽음의 길로 나아가야 했다.
더 많은 피가 흐르고, 더 많은 목숨이 잃어질 것이 분명했다.
제 4장 < AU MILIEU DU DÉSESPOIR > - 절망의 한가운데 속에서
나는 그때 깨달았다.
전쟁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전쟁은 우리 모두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그저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전장에 도착한 순간,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훈련이라고 해봐야 나무 막대기를 휘두르며 몇 번의 동작을 익힌 게 전부였다.
실제 전쟁은 그와는 전혀 달랐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참혹함이었다.
죽음이 도처에 깔려 있었다.
땅은 불타고, 하늘은 잿빛으로 물들었다.
온 세상이 검은 연기로 뒤덮인 것 같았다.
우리는 다미에타를 포위했다.
성벽 위에는 적군이 날카로운 화살을 장전한 채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이 없었고, 전쟁에서 단련된 냉혹함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의 목표는 이곳을 점령하는 것이었다.
다미에타를 차지한 후, 이집트 전체를 장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강력했고, 우리와 달리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의 병사들은 기나긴 행군과 굶주림에 지쳐 있었다.
마실 물조차 부족했고, 군인들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전쟁은 끝없이 계속되었다.
매일같이 우리는 성벽을 넘으려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피와 고통뿐이었다.
수많은 병사들이 쓰러져 갔고, 그들의 비명은 밤하늘을 가득 채웠다.
불타는 성벽 아래에서 나는 내 주변이 모두 무너져 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소년이었다.
그들에게 나는 그저 싸우는 도구였다.
그렇게 길을 잃은 나는 전투 속에서 잃어버린 친구를 만났다.
마을에서 함께 놀았던, 오래전 헤어졌던 친구였다.
그의 얼굴은 초췌해졌고, 눈에는 깊은 어둠이 깃들어 있었다.
그 눈빛은 나를 놀라게 했다.
"너도 여기 있었구나,"
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슬픔과 체념이 뒤섞여 있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나는 반문했다.
그를 이곳에서 만난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한 성직자가 우리에게 빵과 돈을 주며 전쟁에 나서라고 했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그제야 깨달았다.
우리 모두 같은 처지였다.
한 성직자가 우리를 데려와 마치 장난감처럼 전쟁에 내던졌다.
수많은 소년들이 그들의 손에 이끌려와 이 전장에서 희생될 운명이었다.
아무도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고, 우리는 그저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교황의 사절이 우리 앞에 섰다.
그는 군중 앞에서 거대한 깃발을 흔들며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전쟁터를 울리며 모든 소년들의 가슴에 박혔다.
"우리는 예루살렘을 되찾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저 적군들은 여러분의 부모님을 죽인 자들이다.
그들에게 복수하라!"
그의 목소리는 마치 주문 같았다.
복수를 부르는 목소리였다.
그 말에 이끌렸다.
마치 마법에 걸린 듯, 내 가슴속에 분노가 차올랐다.
나도, 친구도 그 목소리를 따라 외쳤다.
왜 그런지 모른 채, 우리는 복수심에 사로잡혔다.
복수는 우리의 것이라고, 우리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우리의 손에 무기가 주어졌을 때, 그것이 우리의 운명임을 받아들였다.
나는 몸이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떨림은 두려움이 아니라 분노로 변해갔다.
갑옷을 입고, 붉은 십자가가 그려진 깃발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우리에게 성스러운 사명을 상징했다.
전쟁은 선택이 아니었다.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제 5장 < SAUTER DANS L'ENFER > - 지옥속으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나팔 소리가 공기를 찢으며 울렸고, 나는 질주했다.
그 외침과 소음 속에서 무언가에 홀린 듯 앞으로 달렸다.
몸을 감싼 갑옷은 무거웠고, 검은 크고 날카로웠다.
그러나 멈출 수 없었다.
멈추면 죽음이었다.
성벽 위에서 쏟아지는 화살은 검은 비처럼 머리 위를 덮었다.
가까스로 몸을 숙였지만, 옆에 있던 병사는 화살에 맞아 쓰러졌다.
그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피를 토했다.
그의 눈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마지막 숨결은 잔혹할 정도로 빨리 사라졌다.
그를 일으킬 수도 없었다.
나는 검을 다시 쥐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눈앞에는 불타는 도시가 있었다.
그 너머에는 적군이 있었다.
그들은 무자비했다.
그들의 눈은 차갑고, 동작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살육의 대상이었다.
그들의 칼끝은 우리의 목숨을 노렸다.
다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달려야 했다.
살아남기 위해 달려야 했다.
적들이 몰려오는 순간, 나는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내 검은 무겁고, 그들의 무기는 날카로웠다.
적의 갑옷에 검이 튕겨 나갔다.
나는 무력했다.
그때, 내 친구가 적들에게 붙잡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끌려갔다.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갔지만, 그를 구할 수 없었다.
그들은 너무 빨랐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고, 그의 모습은 사라졌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는 노예로 팔려갔을 것이다.
전장에 끌려온 우리처럼, 그 또한 이 전쟁의 희생물이 되었다.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을 것이다.
무기력하게 서 있었다.
몸은 지쳐 있었고, 검을 쥔 손은 떨렸다.
친구가 사라진 후, 나는 넋을 잃은 채 움직일 수 없었다.
그가 사라진 자리에는 피와 잔해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끝이 아니었다.
눈앞에 또 다른 친구들의 시신이 보였다.
그들은 이미 죽어 있었다.
눈은 더 이상 빛나지 않았고, 손은 검을 들지 않았다.
마을에서 함께 뛰놀던 그들이 이제는 차가운 시신이 되어 있었다.
그들을 살릴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벽 뒤에 숨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침묵뿐이었다.
차가운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들이 왜 여기서 죽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전쟁터로 끌려와 죽음을 맞이했다.
이곳은 지옥이었다.
시간은 멈춘 것 같았다.
움직일 수 없었다.
주변은 고요했고, 죽음의 냄새만이 공기 중에 떠돌았다.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고통과 싸움, 그리고 복수심조차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친구들의 시신 앞에서 더 이상 눈물을 흘릴 수조차 없었다.
눈물은 이미 말라버렸다.
이곳에서의 죽음은 너무나 흔했다.
모두가 죽어가고 있었다.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혼자 남았다.
이 전장에서 살아남는다면, 그것은 우연일 뿐이었다.
죽음이 곁을 스칠 때마다 간신히 벗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손아귀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느낄 수 있었다.
그때였다.
적군의 함성이 다시 울려 퍼졌다.
그들의 군대는 우리에게 몰려왔다.
검을 들어올릴 수조차 없었다.
손은 떨리고, 다리는 더 이상 나를 지탱할 수 없었다.
벽 뒤에서 숨을 죽이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날카로운 창과 검을 휘두르며 우리 병사들을 무자비하게 베었다.
피가 튀었고, 그 소리는 악몽처럼 귀를 찔렀다.
눈을 감았다.
이 모든 것을 잊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이곳에 있었다.
이 전장 속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적군의 함성은 점점 더 가까워졌고, 심장은 터질 것만 같았다.
죽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이곳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모두가 죽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될 것이었다.
그 순간 아버지를 떠올렸다.
전쟁터로 떠나며 남긴 마지막 말.
"너는 살아남아야 한다."
그 말은 지금 이 상황에서 나를 더욱 괴롭혔다.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단 말인가?
이 전장 속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없었다.
그저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눈앞이 흐릿해졌다.
전장의 소음은 멀어져 갔고,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에 펼쳐진 세상은 더 이상 희망을 주지 않았다.
친구들이 사라지고, 병사들이 죽어가는 그 광경 속에서 나는 혼자였다.
제 6장 < LES ÂMES BRISÉES > - 부서진 영혼
죽지 않았다.
그러나 죽음은 이미 내 안에 들어와 있었다.
전장에서 완전히 부서졌다.
전쟁이 남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이집트 전쟁은 실패로 끝났다.
끝없는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우리는 점차 희미해져 갔다.
포위되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희망은 사라졌다.
이집트 땅에서 나갈 길이 없었다.
강을 건너려는 마지막 시도는 적의 매복에 걸렸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무너졌다.
강을 건너는 중, 파도가 몰아치듯 밀려오는 적의 함성을 들었다.
그 소리는 죽음의 전조 같았다.
적들은 강의 양쪽에서 공격했다.
화살은 하늘을 가르고, 불타는 기름이 강물 위에 흘러내렸다.
숨을 쉴 수 없었다.
병사들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화살에 꿰뚫린 시신들이 물에 떠올랐고, 물은 붉은 피로 물들었다.
그때 죽음을 직면했다.
앞에 있던 병사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의 몸은 화살에 꿰뚫렸고, 떨어진 검은 진흙 속에 파묻혔다.
그 비명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비명은 멈췄지만, 그 순간은 영원할 것만 같았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가 나를 숨 막히게 했다.
공포는 심장을 움켜쥐고, 손과 다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도망칠 수 없었다.
이곳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전장은 지옥 그 자체였다.
강물 위로는 타오르는 불길이 덮쳐왔다.
불타는 시신들이 물 위에 떠다녔고, 그 광경을 외면할 수 없었다.
주변에서 병사들이 끊임없이 죽어갔다.
그들의 몸은 물속으로 가라앉고, 피는 물과 뒤섞였다.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될 운명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살아남았다.
그것은 기적이 아니었다.
나에게는 기적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았다.
그저 우연이었다.
살아남은 것은 아직 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 전쟁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 전장, 이 죽음, 이 무수한 피와 시신들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왜 싸우고, 왜 죽고 있는지 몰랐다.
처음에는 복수심에 이끌려 전장에 들어섰다.
그러나 지금, 그 복수심은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었다.
한낱 부질없는 감정에 불과했다.
더 이상 복수의 불길에 휩싸이지 않았다.
그 불길은 이미 오래전에 꺼져버렸다.
속에 남아 있는 것은 공허함뿐이었다.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왜 싸웠는지, 왜 목숨을 걸고 달려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전쟁은 나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갔다.
친구들, 가족, 어린 시절.
그리고 이제, 나 자신조차도 전장 속에 사라져 가고 있었다.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 생존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이곳에서 살아남았지만, 진정으로 살아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저 숨을 쉬고 있을 뿐이었다.
잃어버린 것들은 너무나도 많았다.
돌이킬 수 없었다.
주변은 여전히 피비린내와 시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시신들 속에서 살아 있었지만, 그 생존이 나를 구원해주지는 않았다.
전투는 끝났지만, 그 끝이 가져다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더 이상 칼을 들지 않기로 결심했다.
손에 쥔 칼은 나를 지켜주지 못했고, 복수심도 더 이상 목적을 주지 않았다.
그저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여전히 전장 속에 갇혀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죽음과 파괴뿐이었다.
전쟁의 승리나 패배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살아남을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었다.
마음은 이미 죽어 있었다.
그저 죽지 않은 몸을 이끌고, 끝없는 전쟁의 끝자락에 서 있었다.
그곳에서 더 이상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강을 건너는 순간, 마지막으로 돌아보았다.
붉은 강물 위에 떠다니는 시신들, 타오르는 불길, 무너진 병사들의 시신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곳은 더 이상 인간이 있을 곳이 아니었다.
그곳은 지옥이었다.
떠나면서, 어린 시절과 친구들, 가족을 떠올렸다.
모두 사라졌다.
그들이 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전쟁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얻은 것은 상처와 고통뿐이었다.
그리고 그 상처는 절대로 아물지 않을 것이었다.
그 순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전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가고,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전장에서 완전히 부서졌다.
제 7장 < RETOUR ET PERTE > - 귀환과 상실
우리는 십자군이었다.
그렇게 불렸다.
성지를 되찾기 위한 전사들.
교황의 명령에 따라 예루살렘으로 향한 성스러운 군대.
그러나 그 이름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진정으로 성지를 되찾기 위한 전사들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정치적 도구에 불과했던 것일까?
전쟁이 끝나고 마을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곳은 내가 기억하던 마을이 아니었다.
익숙했던 풍경이 낯설게 느껴졌다.
어렸을 때 뛰놀던 들판과 골목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곳을 둘러싼 공기는 전혀 달랐다.
무언가가 바뀌어 있었다.
사람들도 변해 있었다.
전쟁이 나만을 바꾼 것이 아니었다.
함께 전쟁에 나섰던 이들이 돌아오지 않았고, 마을 사람들의 눈에는 두려움과 고통이 깃들어 있었다.
그들은 나를 보고도 반가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낯선 사람을 대하듯 경계하는 눈빛을 보냈다.
나는 더 이상 그들의 일부가 아니었다.
마을을 떠돌았다.
익숙하지만 이제는 낯선 거리들을 지나며, 한 가지를 분명히 깨달았다.
내가 돌아온 곳은 더 이상 집이 아니었다.
더 이상 이곳에서 속할 곳이 없었다.
전쟁은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마을도 더 이상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다.
그때 생각했다.
우리가 싸운 것은 단지 성지를 되찾기 위한 것이었을까?
그 목적을 위해 수많은 피가 흘렀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러나 잃어버린 것은 단지 삶만이 아니었다.
우리는 우리 자신도 함께 잃어버렸다.
내 안에 깊이 박혀 있던 분노는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공허함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더 이상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이 마을에서 그저 유령처럼 떠돌고 있었다.
돌아온 곳은 원하던 귀환이 아니었다.
더 이상 있을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전쟁터에서 배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검을 쥐는 방법을 배웠고, 사람을 죽이는 방법도 배웠다.
그러나 그 외에는 무엇도 내게 남지 않았다.
잃어버린 것들만 가슴 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
친구들은 죽었다.
그들의 비명과 피로 물든 마지막 순간들이 아직도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들은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전장에서 죽어가던 친구들.
그들의 시신을 지켜보며 그저 무력하게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때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그저 숨죽인 채 벽 뒤에서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그 무력함은 아직도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그때 느꼈다.
전쟁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그저 모든 것을 빼앗아 갈 뿐이다.
우리의 삶, 소중한 것들, 심지어 우리 자신조차도.
더 이상 복수를 꿈꾸지 않았다.
복수는 목적을 주지 않았다.
그토록 원했던 복수는 그저 더욱 깊은 공허 속으로 이끌었을 뿐이었다.
마을을 벗어났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살아가야 했지만, 이곳에서 살 수 없었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내가 배운 것은 단 한 가지였다.
전쟁은 우리에게 아무런 가치도 남기지 않는다는 것.
전쟁은 우리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간다.
걸었다.
끝없이 걸었다.
마을의 경계를 넘어, 그 너머에 있는 미지의 길로 나아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지만, 그저 걸어야만 했다.
발걸음은 나를 어디로 이끌고 있었을까?
무엇을 찾고 있는지도 몰랐다.
단지,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것만이 분명했다.
그 순간 묻고 싶었다.
우리가 싸운 것은 정말 성지를 되찾기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우리 자신이었을까?
전쟁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가?
아무것도 없었다.
얻은 것은 그저 상처와 고통뿐이었다.
그리고 그 상처는 아물지 않을 것이었다.
걷고 또 걸었다.
마을에서 멀어질수록, 뒤에 남겨둔 모든 것이 점점 더 흐릿해졌다.
기억 속에서 그들이 사라져 갔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 자신을 찾을 수 없었다.
전쟁은 많은 것을 빼앗아 갔다.
친구들, 가족들, 어린 시절의 순수함.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 시간들은 이제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었다.
그 모든 것은 전쟁터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전쟁은 우리를 부서진 사람들로 만들었다.
더 이상 그 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지금도 그 전쟁을 기억하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웠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도 없다.
여전히 그 답을 찾지 못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단지 성지였는가?
아니면 그보다 더 중요한 우리의 영혼이었는가?
여전히 그 전장에서 돌아오지 않은 채, 그곳에 갇혀 있었다.
전쟁은 나를 통해 지나갔고, 그 속에서 무엇도 얻지 못한 채 남아 있었다.
나는 그저 부서진 사람이었을 뿐이다.
|
|
0
~ 초보와 새내기에겐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고수에겐 아낌없는 칭찬과 찬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