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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환생R-14
이름: * http://인생은 솔선수범


등록일: 2014-11-10 01:48 (123.199.92..***)
조회수: 3021 / 추천수: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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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20키바를 언젠가 해내고 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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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리가 미리 마련되어있다는 페스앙의 말에 꺼림칙함을 느낀 채 안내하는 곳으로 따라갔다. 뭐가 나와도 긴장은 말아야지. 그런데 의외로 막상 가보니 별 거 없어서 더 놀랐다. 솔직히 못 두 세개 정도는 넓은 마음으로 용서해 주려고 했는데. 뭐 어때, 좋은 게 좋은 거지. 내가 그렇게 마음속으로 흐뭇해하며 자리에 앉았다. 내가 자리에 가장 먼저 앉은 것을 시작으로 (일찌감치 앉아 어서 오라며 손짓하고 있는 키스를 제외하고선) 다른 사람들도 왠지 모를 떨떠름한 표정으로 앉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니 왠지 안심이 됐다. 그래, 아무도 상황이 여기까지 진행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이거지.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가? 어느 누가 병상에서 일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환자가 자신의 정적과 나란히 꽃놀이 소풍을 나올 거라고 생각할까.
...그러니까 왜 이런 일이 벌어질 때까지 엘리자베스는 가만히 있었는지 알아내야지. 아마 내가 (거의 반강제적으로 ) 내 위치를 지키면서 생존을 도모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조심해야 할 사람은 이제 완전히 성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엘리자베스와 카루스타인 둘. 원래부터 그 나이쯤 되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대충 파악해 어설프게나마 권모를 부릴 줄 아는데 황궁의 엘리트 코스 교육까지 받게 된 이상 지식만큼은 웬만한 귀족 성인쯤 될 것이다. 내가 유리한 건 그나마 내 전에서의 연령이 겨우 몇 개월 더 높다는 것 뿐인가? 카루스타인과 의상실에서 대화를 나눌 때부터 어느 정도는 각오하려 했지만 막상 현실로 마주 보고 나니 한숨만 나온다. 안 그래도 복잡한 내 머리에 더욱 복잡한 생각이 더 해졌다.  아니 꼬맹이 한 명 말 듣고 적과 같이 나가는 게 가능하긴 하냐? 내가 불안한 눈빛을 애써 숨기고 엘리자베스를 돌아보았다. 마침 엘리자베스는 날 보고 있지 않고 숲만 응시하고 있었다. 좋아, 이 틈을 타... 생각해보니 좋은 게 아니었다. 일단 눈을 마주치거나 뭘 해야 정보를 얻든 뭘 하지.

"자, 그러면 이시리온의 쾌차를 모두 축하하자고!"

페스앙이 그렇게 말하며 어느새 손에 든 잔을 높이 들었다. 뭐야, 소풍에 꽃놀이에 이제는 내 건강의 쾌유? 무슨 외출 하나에 이렇게 말이 덕지덕지 붙어? 내가 그런 의문을 띄웠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덩달아 잔을 들었다. 이윽고 소리없는 마음속의 잔 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잔을 내렸다. 이런 거 보면 한 핏줄인 걸 재고할 수도 있단 말이지. 근데 이 잔 안에 뭐 들은 거야? 뭐 술 같은 거 들은 건 아니겠지? 나는 잔에서 풍겨오는 향기를 맡았다. 술은 아닌 거 같군. 뭔가 과일 음료의 느낌이 나기도 하고. 음, 일단 마셔봐야 알겠지? 쭉 들이켰다. 그리고 잔을 내리는 순간, 다시 말해서 음료를 마시고 잠깐 동안 머리에 아무 생각도 없어 앞을 자유로이 볼 수 있는 시간, 한 가지를 불현듯 깨달았다. 난 혼자였다.

'이 유치한...'

만약 내가 내 심리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있었다면 갑자기 무슨 소리냐고 의문을 가졌을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다. 하지만 내가 구석에 있는 이유. 그리고 홀로 고독히 앉아 고적함을 느끼고 있는 내 옆의 엘리자베스. 또 마지막으로 지금 나를 두고 잔을 부딪히며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놀고 있는 이들을 조합한다면 나의 심정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확실히, 방심했다. 하지만 이렇게 유치하게 나올 줄 몰랐다. 다시 말해, 상상하고 있지 않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방법을 쓸 정도로 그만큼 몰렸다는 건가? 그렇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을 텐데. 나는 조용히 내리려던 잔을 내 입에 다시 괴었다. 이렇게 나를 압박해서 얻는 것이 뭐지? 별 고생을 다하는 걸 보자니 헛웃음만 나온다. 이 쯤 되면 밀려줘야 되나 싶기도 하고. 하, 수단방법은 상관없다는 건가? 나는 잠시나마 분위기에 휩쓸려 정신을 놓아 방심해버린 나를 책망했다. 슬쩍 눈을 들어 앞을 확인하니 잘 먹다가 (금세 음식은 어떻게 차려져 있었다) 나를 보고는 갑자기 안절부절못하더니 여기로 오기 위해 일어서려 하던 키스를 볼 수 있었다. 과연 어머니의 자식 교육은 중요하단 말이지. 그러니까, 키스가 일어서려 하자마자 절묘하게 말을 찔러들어와 다시 앉히는 저 녀석들에게 한 말이다. 아마, '이전'의 이시리온이었다면 아무리 황실의 교육작업을 일찍 받고 주위의 이해관계에 따라 일찍 성숙해졌더라도 쉽게 견디지는 못 했을 의도적이고, 조잡하고, 잡스러운, 그래서 가장 효과는 확실한 의도적인 따돌림이기에 일단 화는 났다. 그러나 잠깐 생각했듯이 여기까지 몰렸나 하는 생각도 들어 한 편으론 어이가 없기도 하다. 뭐, 잠깐 기억을 훑어보니 이 녀석이 이런 쪽으론 취약했긴 했지. 그렇단 말은 초장에 기를 죽여놓겠다는 건가? 뭐가 어찌됐든 일단 저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비록 몇 개월이라도 먼저 사회를 체험해본 나의 정신이 있었기에 이를 최대한 이용해주기로 했다. 내가 그렇게 대충 마음을 정리하고 내 입술에서 움직임이 멈춰 고요히 있던 잔을 들어 홀짝거렸다. 입술 시려.

'흠...'

솔직히 말하자면 계속 이렇게 긴장되게 말하니 흡사 정치의 한복판에 혈투가 일어나고 있는 치열한 광경이 마음에 그려지지만 막상 마주치는 건 꼬맹이들뿐이니 긴장하려 아무리 마음을 부여잡아도 부지불식간에 마음을 놓게 된다. 뭐 겉으로 보면 어린애긴 해도 어릴적부터 강도높은 황실이 후계자 훈련을 받았으니. 언뜻 보기는 굉장히 유순해보여도 속에는 시커먼 구렁이 한 두마리를 품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후계자 이야기를 생각하니 자연히 이 나라의 황위 계승에 대한 방식에 대한 기억이 따라왔다. 아직 동화가 안 됐나. 이젠 더 이상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고통 같은 게 따라오진 않지만 뭔가 생각할 때마다 내 기억이 아닌 듯한 것이 인위적으로 머릿속에 섞이니 약간 멀미증세 비슷한 게 나기도 한다. 지금처럼 연쇄적으로 이어질 때는 더 하고. 뭐, 여하튼 보고 있자니 굉장히 특이하다. 생각하고 있자니 피식 웃음이 나올 거 같아 급히 물 한 잔을 따라 마셨다. 대충 기억나는 것만 따져도 일반적인 방식과는 굉장히 다르다니깐. 혹시 이게 나를 이 곳으로 끌고 온 악마가 말했던 '판타지 소설의 허무맹랑성'이라면 사양하고 싶은데. 이 나라, 아르운 왕국은 일단 형식상으로는 황태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적합한 황위계승자를 뽑기 위한 하나의 탐색여행이 있는데, 그 여행에서 특별한 성물들을 찾아 모두 모아오는 최후의 한 명이 황위를 계승할 자격을 획득한다. 그 후부터는 어떤 사람이 와도 생계는 보장해주지만, 정치에 간섭하는 것에선 철저히 배제된다고 한다. 상당히 간단한 룰이지. 단지 이 간단한 룰 때문에 매번 여행이 시작되고 한 명이 돌아올 때까지 수많은 유혈사태가 벌어진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아버지란 사람도 여기에서 자유롭지는 못 하고 말이다. 사실 인간이 하는 일이라면 모두 그렇듯, 과하게 황태자라는 자리에 집착하는 경우가 생겨 소규모 전투가 벌어지는 일까지 일어나기도 한다. 물론 아무 피해없이 성공적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까지 일어난 계승식에선 크든 작든 피를 볼 일이 거의 반드시 생겼기에 이 위험한 의식을 중단하자는 여론이 인 적도 수 차례 있었지만 모두 성물의 존재처리 여부를 넘지 못해 실패했다고 한다. 실로 이 때문에 아르운 황국이 몇백년 째 전성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맞고. 일단 자세한 건 도서관에 가서 천천히 훑어봐야겠다. 그러고 보니 황국의 도서관을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협당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지만 그래, 나는 판타지 세상에 들어와 있는 거야! ...곧바로 내 처지를 직시했다. 내가 푹 한숨을 쉬고 고개를 올리니 그 때까지 힐끗힐끗 옆 눈치로 나를 보던 시선들이 확 숙여졌다. 잔 괴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하자. 그래. 내가 애써 내 정신건강을 바로잡았다. 그냥, 간식이나 먹으면서 천천히 생각하자고. 이 시간이 그저 무사히 지나가면 소원이 없겠어. 왜 하필 지금 지구에서의 중세 시대 때 왕실의 쟁탈전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모르겠어. 난 몰라! 내가 그렇게 또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며 과자를 아작아작 씹어먹고 있을 때 귀에 익은 누군가의 목소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 숲에서 왜 굳이 예산을 줄이는......오? 이게 다 누구야, 사랑스러운 우리 동생들 아니더냐?"

그리고 그것은 동시에 내가 가장 이 곳에서 들을 거라고 생각되지 못하던 소리이기도 했다. 그것은 제1 황태자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여기서 무게잡으며 홀로 고독을 즐기는 이 녀석은... 이시리온!"

크악, 어깨 잡으면서 흔들지마. 근데 중간까지 엘리자베스 얘기 하나 싶었더니만 왜 날 부른 건데? 내가 짤짤짤 흔들리는 와중에도 힘을 다해 고개를 돌려 옆을 쳐다봤다. 그리고 거기엔 언제나 그런다는 듯 얘기를 정답게 하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우웩, 분위기 안 맞아. 하지만 내가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없이 거침없이 카루스타인의 말이 나를 치고 들어왔다.

"하하! 그때 의상을 맞추고 처음 보는 거지? 이 형이 보고 싶어서 이리도 빨리 찾아오다니, 말 좀 하지 그랬냐!"

틀려, 틀리다고. 이건 아무리 봐도 당신이 멋대로 찾아온 거잖아. 당신만 아니었으면 별 탈 없이 끝날 확률이 굉장히 높았어! 나는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있는 듯 없는 듯 옆에서 시립하고 있는 호위기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싱긋 웃는 미소를 보고 자연스럽게 같이 미소를 짓고는 옆을 보았다.
...가 아니잖아. 제길, 운은 언제쯤이나 오는 걸까. 이쯤되면 적절하게 끊어주는 것도 그일텐데. 다행히 카루스타인도 이성을 되찾았는지 끊임없이 흔들던 손을 멈추고는 나의 옷을 놓아주었다. 그제서야 안정을 찾을 수 있었던 나는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를 안간힘을 다해 부여잡고는 그를 마주보았다.

'어지간히도 멋 부려놨군.'

의상실에 있던 게 헛은 아니었나보다. 제길, 나도 저런 핏이 살 때까지 얼마나 성장해야 할까. 내가 그렇게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입을 열었다.

"그래...이시리온, 그렇게 얘기를 하고 싶었다면야 어쩔 수 없지! 이 형과 단 둘이서 얘기를 해보자. 하하, 뭣하면 이 형님 품에서 울어도 좋아!"

앙? 뭐? 잠깐만, 당신 이런 캐릭터 아니었잖아? 내가 잠깐 멍하니 정신을 놓은 틈을 타 그가 재빨리 내 손을 잡고는 뛰었다. 그랬기에 뒤쳐지지 않으려는 원시시대부터의 본능과 땅과 박치기 하지 않으려는 필사의 생존본능이 결합돼 내 다리를 움직이게 했다. 잠깐 끌려다니다 정신을 차리고 카루스타인의 얼굴에다 대고 뭐라도 말하려던 그 시점, 내 시선을 알아차린 그가 나를 마주 보았다. 오케이, 대화하려는 조건이 갖춰졌군. 내가 뭐라고 말하려 입을 열다, 그대로 카루스타인의 목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조용, 잠깐만 조용히 해줘. 널 그 폭풍전야의 모임에서 빼오려면 이런 시끌벅적한 방식밖에 없더구나. 이건 좀 양해해주고, '황자'간이 아닌 '형제' 간에 할 말이 있으니 잠시만 나를 따라와줘다오."

전자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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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nch Line (175.208.81.***)   2014-11-23 23:01:20
소리없임 ㅊㅊ
나는진짜중수 (121.168.41.***)   2014-11-11 07:34:39
cncjs
(223.62.203.***)   2014-11-10 22:41:48
소리없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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